일 벤처기업 대모 곤노 유리 “벤처 사업가는 시대를 읽고 끝까지 도전해야”

윤희일 선임기자

일본 벤처기업의 대모 곤노 유리 다이얼서비스 사장

규제·편견 뚫고 전화상담 서비스 시작…지난달 50주년 행사

“내 인생은 싸움의 인생”…‘한·일 교류의 끈’ 놓아서는 안돼

곤노 유리 사장이 지난달 29일 일본 지바시의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곤노 유리 사장이 지난달 29일 일본 지바시의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저의 ‘벤처인생’은 결국 ‘싸움의 인생’이었죠. 남성 중심의 사회와 싸우고, 온갖 규제를 쏟아내는 나라와 싸우고, 그들만의 세상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싸웠습니다.”

‘일본의 1호 여성 벤처기업가’인 곤노 유리(今野由梨·83) 다이얼서비스(주) 사장의 인생은 그 자체가 벤처다. 1936년 일본 미에(三重)현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독일 등에서 인생경험을 쌓은 뒤 일본으로 돌아와 1969년 도쿄(東京)에서 다이얼서비스를 창업했다. 핵가족화에 따른 육아 노이로제와 영아 살해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던 시절, 세계 최초의 전화상담 서비스인 ‘아기 119’를 만든 것이다.

창업 당시인 1960년대에는 여성 기업인이 전무했던 시절로, 정부와 대기업의 각종 규제와 따돌림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화상담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며 만류하는 지인들도 적잖았다. 지난달 29일 일본 지바시의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그는 “‘여성은 차나 끓이면 된다’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뚝심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첫날, 인근 전화국의 회선이 다운됐다. 상담을 요청하는 통화량이 폭주한 탓이었다.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는 벤처사업가로서의 그의 원칙이 적중한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개인 및 기업에 종합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다이얼서비스는 지난달 26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호텔에서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700여명의 재계·정계 인사와 해외 인사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행사장에는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 등 한국 측 손님도 많았다.

곤노 사장의 이름 앞에는 ‘벤처기업의 대모(代母)’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관련된 일화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기업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그는 1982년 햇병아리 벤처사업가인 손정의를 만났다. 무명의 청년이었지만 곤노 사장은 그가 지향하는 벤처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꿰뚫어봤다. 일본 국내외 재계·관계 유력 인사 등에게 소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청년은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자 막대한 규모의 벤처펀드를 만든 세계적인 기업가가 됐다. 손 회장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다.

곤노 사장은 손 회장의 어머니와도 깊은 교분을 쌓아오고 있다. 곤노 사장은 요즘도 ‘싹수가 보이는’ 벤처기업가에게는 투자 등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경제인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일절 삼가는 편이지만, 요즘은 인도적 차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다가 숨진 조선인 유골 봉환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 그에게 요즘의 한·일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후)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어린이·청소년이나 지역사회 등이 순수한 마음으로 펼쳐온 교류까지 끊긴 것이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양국이 그동안 이어온 교류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합니다. 관계를 이어가면서 미래를 준비해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지바(일본) |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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