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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니콘 키우는 건 자금지원보다 규제혁신"

나현준 기자
입력 : 
2019-09-05 17:38:42
수정 : 
2019-09-05 20: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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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스타트업 서울 2019`

창업후 양성위한 제언 쏟아져
동남아 우버 `그랩` 크는 동안
국내 차량호출社 규제와 싸워

"마케팅·회계교육으론 부족
투자 관점서 리더십 키워야"
사진설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서울:Tech-Rise 2019'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시]
"국내 시장이 협소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현재까지 스타트업 중 글로벌 성공 사례가 배틀그라운드(온라인 게임) 정도입니다. 우리 스타트업이 더 성공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요합니다." (벤처캐피털(VC) 업체 DA밸류인베스트먼트 박진오 전무) 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시 최초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인 '스타트업 서울(Start-Up Seoul) 2019'가 열린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현실을 진단하고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스타트업 보육기관(액셀러레이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창업 후 10년 이내 매출 10억달러 달성 기업)은 346개에 달하는데 이 중 국내 기업은 쿠팡,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등 8개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이 넘쳐나면서 초기 창업은 활성화됐지만 큰 성공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사업 성공과 글로벌화를 막는 정부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차량 호출 시장. DA밸류인베스트먼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거 투자한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에 지난해 200억원을 투자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우버와 비슷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선 '그랩 바이크(오토바이)'를, 필리핀·캄보디아·미얀마에선 '툭툭'이란 지역 특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 결국 글로벌화에 성공해 동남아 시장을 석권했고 세계 3대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성공했다. 박진오 DA밸류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우리나라는 타다와 기존 택시 간 갈등에서 정부가 기존 택시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며 "쏘카 정도가 1조원 펀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조차도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박스에서 만난 금융데이터 분석서비스 제공 업체 COVA의 박희준 대표 역시 정부의 낡은 인식을 비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기업 재무제표가 표준화되지 않아 똑같은 항목이 매출 또는 수익 등으로 달리 표현된다. 그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려는 업체로서는 일일이 데이터의 성격을 파악해야 해서 데이터를 개방해 사업화를 촉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항목이 다른 부분을 표준화해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제품 디자인·자금 조달 등에만 몰려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VC 업체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의 김정하 이사는 "서울시나 정부가 제공하는 클러스터나 랩에서 밀도 있게 코칭을 받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관점은 다르다"며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와 교류하면서 어떤 성과를 달성해야 하고 어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글씨로 한글을 배우는 앱 단비를 개발한 김현선 두모어 대표는 "세계 최고 창업대학인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는 내가 누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관한 리더십 교육을 많이 한다"며 "제가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있을 때 마케팅 회계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리더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참여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도 중국 선전과 같이 대규모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준배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정부가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공장을 연결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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