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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감대 형성… 연말 펀드 조성 계획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장금융은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소재, 부품, 장비 업체를 지원하는 ‘소·부·장 펀드’ 조성을 준비할 계획이다.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소재, 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비상장가 될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성장금융 내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출자자나 조성금액이 구체화된 것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결성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산 소재 기업 등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를 넘어 국민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에 필요한 주요 소재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탓에 경제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소재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부·장 펀드는 주요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들어간 품목을 제외하고서라도 우리나라는 소재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TAC필름 99.4%, LCD 유리원판 97.4%를 일본에서 수입해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은 대기업으로서는 정부의 국내 소재 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추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 이뤄지면 수혜를 보는 쪽은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일본과 독일에 대한 의존도가 커 관련 대기업들이 펀드 출자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F 업계 “투자처 다각화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
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여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안타깝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그동안 부진했던 소재 기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설 기회가 됐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면서 “운용사 입장에서도 투자처를 소재 시장까지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의 투자 폭이 넓어진 것을 넘어서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소재, 부품, 장비 관련 비상장 중소기업이 구주 매각, 제 3자 배정 유상 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회사 사정에 맞게 필요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험 많은 펀드 운용역들의 도움을 받아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단순 대출 지원보다는 기업 구조를 쇄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용 펀드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기조에 맞춰 정책 금융이 투입되었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성장금융으로 대표되는 민간 자금이 소재 국산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