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한 1조899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 추세로 가면 연간 벤처투자액이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는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평하는 모습이다.

2000년 벤처붐 당시 약 2조원을 기록한 이후 10여 년 동안 1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벤처투자는 2015년부터 2조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작년에는 3조원대로 증가했다. 벤처투자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성과라고 홍보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벤처투자 환경이 개선된 결과, 다시 말해 혁신성장의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벤처투자 증가가 정부 주도 펀드 결성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스스로도 2017년 추가경정예산에서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관련 예산을 8000억원으로 늘린 게 올 상반기 벤처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데 주효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중기부는 올 하반기에도 모태펀드(1조3000억원), 국민연금(3500억원) 등이 출자한 펀드 결성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문제는 정부 펀드에 기대는 벤처투자가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이스라엘 등 벤처투자가 왕성한 국가일수록 ‘민간 주도’를 자랑한다. 벤처투자 환경이 척박한 초기단계에서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정부 주도’로 가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 벤처펀드 결성에서 정부가 돈을 대는 비중이 33%를 차지한다. 정부가 발을 빼는 순간 무너질 벤처펀드가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벤처붐은 오더라도 오래갈 수 없다. 진정한 벤처붐은 민간에서 100%의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생태계라야 가능하다. 벤처캐피털은 물론이고 투자은행,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성화하는 금융혁신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