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AMC) KDB인베스트먼트가 16일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 개소식을 열고 출범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대우건설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기업을 넘겨받아 기업 가치를 높여서 시장에 빨리 팔기 위해 설립한 산은의 자회사다.

産銀서 거액 수수료 받는 KDB인베스트 '제값'할까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이대현 전 산은 수석부행장(사진)이 맡았다. 부사장에는 임병철 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임명됐다. 임 부사장은 신한금융지주에서 미래전략연구소장, 신한FSB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AMC 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종철 전 산은 PE실장은 운용본부장으로서 대우건설이 포함된 특수목적회사(KDB인베스트먼트제1호유한회사)의 대표 역할 등을 수행한다. 시장에서 합류한 인물도 있다. EY한영회계법인 소속 손인배 파트너는 최근 KD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우건설 관리를 담당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로는 김동환 금융연구원 부원장과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그동안 함께 일해본 결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사장은 작년 11월 산은 출자회사 관리 개선방안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김 부원장은 이 회장과 금융연구원 동료였다. 장 교수는 코스닥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금융위원회 금융개혁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산업은행 공시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우건설 주식 50.75%를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사모펀드(PEF) KDB밸류제6호에서 사 왔다. 종전에도 PEF가 관리했고 앞으로도 PEF가 관리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산은에서 업무집행사원(GP)을 맡았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적인 지위를 갖지 못했고 이 때문에 기업 가치를 높여 파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앞으로 산은은 KDB인베스트먼트의 유한책임사원(LP)으로만 남게 된다. 대우건설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LP로서 GP인 KDB인베스트먼트에 운용수수료를 지급할 방침이다.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통상 운용자산의 1~2%를 해마다 수수료로 지급한다.

대우건설은 시가총액이 1조9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매물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분 50.75%를 사오면서 치른 가격은 1조3606억원(주당 6450.6원)이었다. 시가에 30% 프리미엄을 얹어서 지급한 셈이다. 인수 대금은 사모집합투자기구 출자금(8606억원)에 산은에서 빌린 5000억원으로 충당했다.

8606억원의 1.5%만 지급해도 연 130억원가량의 수수료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 수수료는 시장에서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건비와 회사 운영비용 충당, 향후 추가 구조조정 물건 인수를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된다.

값비싼 수수료 지급의 정당성 여부는 앞으로 KDB인베스트먼트가 얼마나 존재감 있게 활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에 좋은 경영진을 영입하고 부실 사업장을 조사하는 한편 회사 분할 등을 포함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PE실에서 관리하는 것과 KDB인베스트먼트가 관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