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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도 해외수출 시대…국민 富 키우겠다"

한우람 기자
입력 : 
2019-07-14 18:35:45
수정 : 
2019-07-14 20: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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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맞은 `토종 대표PEF` 스틱 도용환 회장

美·日 무역수지 적자 크지만
해외투자 이익에 걱정 없어
고성장 아세안 국가 공략 위해
내년 해외투자펀드 5억불 조성

VC부터 PEF, 대체투자 연계해
기관투자가 원스톱 투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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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스틱의 도용환 회장. [매경DB]
"한국은 제조업에서 지난 50년간 기적과 같은 성공을 만들어낸 나라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을 영원히 이어갈 순 없다. 이 때문에 이제는 국내 자본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가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제조업에서 만들어낸 성공을 발판으로 축적한 자본이 그 바탕이다." 15일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스틱의 도용환 회장(62)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도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 태동기인 1999년 7월 스틱IT벤처투자를 설립하며 국내 벤처캐피털(VC) 1세대로 출발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제도 도입 직후인 2006년부터는 PEF를 설립해 성장자본(그로스캐피털) 투자를 시작하고 2010년부터는 기업경영권 인수(바이아웃) 투자를, 2012년부터는 기업 구조조정(스페셜 시추에이션) 투자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국내 PEF·VC업계 발전의 산증인이다. 올해는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을 계열사로 추가해 인프라·부동산 등 실물자산 대체투자에도 뛰어들었다. 스틱은 현재 운용 중인 펀드 자산만 5조4472억원에 달한다. 국내 토종 대체투자 운용사 중 독보적인 업력과 규모를 자랑한다.

그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많이 떨어졌으니 고성장 국가로 투자의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며 "접근성이 용이하고 한류 등을 통해 한국과 친숙한 아세안 국가가 대표 투자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 회장은 내년 말을 목표로 5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 해외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자본 수출을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일본은 더하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투자자산으로 무역적자가 나도 전혀 걱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본 수출을 위해 국민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자금을 받아 성장성이 뛰어난 아세안 국가에서 그로스캐피털 투자와 VC 투자를 연계하는 한편 인프라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까지 병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스틱은 계열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PEF) 스틱벤처스(VC)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인프라·부동산) 등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필요한 투자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도 회장은 "투자를 움직이는 원칙은 대의명분이다. 대의명분이란 정직하고 투명하며 일관된 투자 원칙에 따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틱이 운용하는 자산은 소중한 국민의 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부를 불리기 위해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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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은 2007년 중국 상하이 사무소를 시작으로 2008년 대만 타이베이 사무소와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무소를 설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내 대부분 금융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일제히 해외 사무소를 통폐합했다. 하지만 '작은' 운용사인 스틱은 뚝심으로 이를 버텨냈다. 국민의 부를 창출할 '미래 먹거리'는 아세안 국가에 있다는 도 회장의 평소 지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투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투자보국'을 사훈으로 내건 것도 이 같은 사명감 때문이다. 그는 토종 PEF 운용사 역할론도 강조했다. 도 회장은 "PEF는 자본시장 선순환을 이루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을 투명하게 만들고 고용을 늘리며 기업 성장에 촉매제가 된다"고 소개했다. 벤처캐피털 투자를 통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고, 성장한 유니콘 기업에 PEF 투자를 단행해 이를 더욱 키워서 이익을 내면 기업과 국민의 부가 동시에 늘어난다.

특히 탄탄한 국내 기업이 해외 PEF에 매각되면 향후 매각 차익에 대한 국민의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국내 대기업 투자를 추진하며 이들을 설득했다. 좋은 딜이라면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토종 PEF에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도 회장의 이 같은 설득이 먹혀 경쟁하는 해외 PEF 대비 가격이 더 낮았는데도 선택한 대기업이 실제로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 자본을 수혈할 수 있었고 스틱은 펀드 출자자인 연기금 등에 높은 수익을 되돌려주게 돼 국민의 연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었다. 도 회장은 "세상은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또 다른 화두를 꺼냈다. 그는 "스틱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과 제도 개선을 통해 PEF를 육성한 덕분"이라며 "기관투자가 역시 스틱을 응원하고 신뢰해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스틱은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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