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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 강화 윤관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 IT분야 국제 경쟁력 갖추면 ‘유니콘’ 가능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7.08 10:38:19
  • 최종수정 : 2019.09.17 11:25:36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통합법인 SSG닷컴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별도 법인 분사 후 IT, 물류 자동화, AI(인공지능) 인력을 강화하더니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새벽배송 전쟁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이가 있다. 윤관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44)다. 윤 대표가 이끄는 BRV는 지난해 사모펀드 어피너티와 손잡고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했다. 윤 대표는 이 회사 이사진에 합류, 스피드 경영과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페이팔, 웨이즈 등 굵직한 해외 벤처는 물론 대성산업가스, 에코프로GEM, 직방 등 국내 회사에 투자하고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윤 대표. 장인인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생전 신기술, 벤처 생태계 관련 의견을 구할 때마다 꼭 찾은 이도 윤 대표란 후문이다. 그에게 해외 벤처 동향과 최근 국내 활동을 강화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1975년생/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B.A.)/ 스탠퍼드 대학원 MS&E 석사(M.A.)/ 2000년 노키아벤처파트너스 입사/ 2005년 공동 파트너/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현)

1975년생/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B.A.)/ 스탠퍼드 대학원 MS&E 석사(M.A.)/ 2000년 노키아벤처파트너스 입사/ 2005년 공동 파트너/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현)



Q SSG닷컴 이사에 이름을 올렸던데 어떤 역할인가.

A 주주의 일원으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잘해왔던 것을 더 잘해보려고 한다. IT 기술을 이식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선두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물류, 콜드체인(냉장유통) 등 인프라는 잘 갖췄다. 아쉬운 부분은 온라인 사업이다. 거꾸로 성장 기회가 그만큼 크다고 보고 투자했다. 신세계몰, 이마트몰 등 제각각이던 온라인몰을 하나로 뭉치고(One Branding), 첨단 IT 기술을 적극 반영하게 할 계획이다.

Q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

A 이미 페이팔, 웨이즈 등을 키우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IT 기술을 보유하게 됐고 또 어떻게 육성할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온라인몰이 열리면 고객이 오게 하고 오래 체류하고(engagement), 재구매, 추천하게 만드는 기술을 적극 접목할 예정이다. 이미 SSG닷컴에는 2000만 멤버가 있고 또 계열사로 스타벅스코리아까지 포진하고 있어 적절한 보상·쿠폰 전략 등을 잘 세운다면 단숨에 시장 선두권으로 오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냉장고가 거의 필요 없는 ‘식음료 클라우드’ 서비스는 빠른 시일 내 이용할 수 있다. 고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HMR(반조리 제품)이나 간편식품 추천은 물론 적기·적소에 빠른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자리가 잡히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패션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Q 줄곧 벤처투자를 해오고 있지만 승승장구만 하지는 않았을 텐데.

A 물론 그렇다. 해외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벤처 육성 전략 노하우가 있다 해도 상황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손실을 보지 않았으니 실패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한국 ATM(현금인출기) 전문회사 청호컴넷에 투자했을 때, 중국 진출에 공을 들였지만 사드 사태가 터져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Q 투자한 회사 중 대성산업가스 같은 제조업체도 있다. ‘IT·해외 진출’ 전문이란 키워드와는 결이 좀 다른 투자 아닌가.

A IT 쪽에 강점이 있다 보니 오히려 산업용 가스 회사의 체질 변화를 이끌 수 있겠더라. 해외 트렌드를 보니 IoT(사물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 등이 활성화되면서 여기에 맞는 반도체 수요가 엄청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래서 대성산업가스 투자와 동시에 반도체용 특수가스 시장을 공략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Q 국내외 벤처투자를 하다 보면 시야가 많이 넓어질 것 같다. 한국에도 성공한 벤처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벤처로 뻗어나가는 사례가 적은데 그 이유가 뭘까.

A 혼자 다 하려고 하는 점이 아쉽다. 예를 들어 각 회사마다 멤버십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데, 좀 더 많은 회사들이 함께 뭉치면 경쟁력이 커질 텐데 한국 회사들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사업 확장성이 떨어진다. 당연히 ‘국내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 투자 검토를 하다가도 이런 점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시장이 제한적인데도 국내 1위에 안주하려는 점 역시 안타깝다.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들고도 이를 해외에서도 통하게 다양한 버전으로 만드는 데까지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더불어 주 52시간 규제가 시작됐는데, 그런 규제 아래서 갈 길 바쁜 벤처기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벤처기업과 경쟁이 될지 의문이다.

Q 윤 대표가 100% 지분인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최근 LG 계열로 편입됐다. 어떤 회사인가.

A 아내(구연경 씨)가 특수관계인이다 보니 편입이 됐을 뿐이다. 아직 구체적인 실체가 있지는 않다. 해외 파트너나 고객과 얘기하다 보니 자산관리, 대체투자 부문에서 해볼 수 있는 틈새시장이 있겠다 싶은 정도다. 그룹과 연관성은 전혀 없다.

Q 한국에 있을 때는 처갓집에서 고인이 된 장인(故 구본무 회장)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을 배웠나.

A 햇수로 따져보면 12년 정도 된다.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놀랐던 것은 시계가 여기저기 정말 많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약속에는 큰 약속, 작은 약속이 따로 없고 모두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계속 상기하기 위해 한 조처라고 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노트를 항상 곁에 두고 술김에 한 말씀도 꼭 기록하시던 모습이다. 다음 날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늘 누구에게 부담이 되거나 민폐 끼치지 말라고 강조하셨는데 돌이켜보니 절제를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것은 안 해야 하고, 사업하다 유혹의 기로에 섰을 때면 어르신 음성을 떠올린다. 그러면 의사결정 방향이 한결 또렷해진다.

BRV캐피털매니지먼트는

운용자산만 3조원…페이팔·웨이즈 등 투자

일명 블루런벤처스로 불린다. 1998년 노키아그룹이 약 30% 지분출자한 ‘노키아벤처파트너스(Nokia Venture Partners)’가 전신. 매번 펀드를 조성하며 벤처투자를 해왔는데 2005년 펀드 조성 때 노키아란 이름 대신 ‘블루런벤처스’란 이름으로 바꿨다.

블루런은 이베이 전자결제도구 ‘페이팔’ 초기 투자, 구글에 약 1조원으로 팔린 지도안내 회사 ‘웨이즈’, 중국 최대 뷰티 e커머스 플랫폼 모구지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유명해졌다. 윤 대표는 블루런벤처스의 공동 창업 파트너면서 글로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누적 기준 펀드 규모는 3조원 정도 된다. 국내에서는 SSG닷컴 외에도 SK바이오팜, 대성산업가스, 에코프로GEM,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청호컴넷 등 다양한 곳에 투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6호 (2019.07.10~2019.07.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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