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中企 구하려 판사복 벗은 남자 "패자부활전이 국가경제 살린다"

이용운 변호사, 로윈·카페베네 회생 성공시킨 전문가
로윈 회생으로 전동차 시장에서 현대로템 독점 방지
정부의 금융정책, 사법부의 홍보 및 제도 도입 필요
  • 등록 2019-07-06 오전 5:10:00

    수정 2019-07-06 오전 5:10:00

이용운 법무법인 민 파트너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2015년 서울메트로가 진행한 지하철 2호선 전동차 200량 구입과 관련된 총 2700여억 원 규모의 국제경쟁입찰에서 중견기업 연합체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누르는 이변이 연출됐다. 로윈-다원시스(068240) 컨소시엄이 국내 전동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던 현대로템(064350)을 누르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것. 현대로템은 해당 컨소시엄의 사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소송을 불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해당 사업은 컨소시엄의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기업 회생절차를 갓 졸업한 업체가 시장의 지배자 현대로템을 눌렀단 점에서 시장의 놀라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철도차량 제작업체 로윈은 2014년 5월 재무구조 악화 때문에 서울지방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로윈은 그 해 말 다원시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로윈을 흡수합병한 다원시스는 현재 현대로템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며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로윈 살려 현대로템 독주 방지 “국가 경제에도 도움”

로인의 성공적인 회생에 있어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이용운 법무법인 민 파트너 변호사다. 10년 경력의 회생 전문변호사인 그는 법률대리인으로서 회생 작업을 주도하며 회사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다원시스와 로윈의 합병 때도 법률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회생을 마친 기업의 재도약을 도왔다. 아직도 그의 사무실 한 편에는 다원시스가 감사의 뜻으로 선물한 화분이 자리잡고 있다.

이 변호사 역시 로윈의 회생 건을 자신이 수임했던 회생사건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회고했다. 이 변호사는 “로윈이 회생에 성공함에 따라 현대로템의 독점 체제로 굳어질 수 있었던 철도차량 시장이 경쟁 체제로 변모했다”면서 “로윈이라는 기업이 재도약을 도왔다는 점도 뜻 깊지만 국가 경제의 한 축을 건강하게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로윈의 사례를 들어 회생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로윈처럼 경쟁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한순간의 위기로 도산할 수 있었다”면서 “회생절차는 로윈처럼 갑작스런 유동성 부족이나 경기 악화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도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 줄도산 보고 변호사 전향

199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이 변호사는 이후 서울지법, 울산지법 등을 두루 거쳐 2006년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로 자리를 옮겼다. 파산부 판사로 활동하던 이 변호사는 2008년 법정관리 대상이던 대한통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를 선정하고 임직원 전원의 고용승계를 이끌어 내며 법원 내외에서 ‘M&A 전문 판사’로 평가받았다. 그랬던 그가 2008년 돌연 13년 간의 판사 생활을 정리하고 법복을 벗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고 이 여파는 국내에 미쳐 여러 중소기업들이 회생을 위해 법원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회생 제도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라 중소기업들은 부득불 대형 로펌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들 중 상당 수가 대형 로펌의 높은 자문료를 감당하지 못해 회생 신청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도산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이 변호사는 중소기업을 위해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법원을 나선 그에게 대형 로펌들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그는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조그마한 개인 사무실을 열고 기업들을 만났다.

이 변호사는 “도움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변호사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경영난에 빠졌던 기업이 회생을 통해 정상 기업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에서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1세대 커피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회사의 회생을 성공시키며 꾸준히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기업 회생 문턱… 정책적인 도움 필요

기업 회생절차란 신청 기업의 채무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부채를 조정해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개인채무자 회생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으로 구성됐던 도산법은 2006년 4월 1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합됐고 이 과정에서 회사정리 절차와 화의법의 화의절차가 통합되면서 기업 회생절차로 탈바꿈했다.

10년을 넘는 세월 동안 회생 전문 변호사로 활약해 온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기업 회생제도가 상당히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회생법원의 설립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회생사건은 민사, 형사 사건과는 달리 법률적 지식 뿐 아니라 기업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중재하는 전문성 또한 필요하다”면서 “2017년 서울지방법원이 파산부를 독립해 서울회생법원을 설립함으로서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인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보완해야할 점은 여전히 많다며 쓴소리 또한 잊지 않았다. 최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기업운용혁신펀드 등 기업 재기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들이 조성되고 있는 점은 환영하지만 기업 회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펀드의 목적은 수익률이다보니 투자할 수 있는 회생 기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금융권 대출을 통한 회생 기업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회생사건을 진행하는 판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판사들은 경험 많은 관리위원에 휘둘려 기업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진행한다”면서 “판사들이 관리위원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부실 경영과 연루된 전례가 있는 투자가들의 자본이 흘러드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역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사전회생계획안(P-PLAN) 도입처럼 새로운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이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 법원을 찾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운 변호사는

1969년 대구 출생으로 대구 영신고, 성균관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민사부를 시작으로 서울지방법원 민사부, 울산지방법원 형사부,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단독,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판사로 재직했다. 2009년 법률사무소BLS를 개소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으며 법무법인 민 변호사, 법무법인 천율 대표 변호사를 거쳐 민과 천율의 합병에 따라 현재 법무법인 민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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