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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샤의 `멀티숍` 승부수…他브랜드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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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NC로 매장 명칭 변경

트렌드 변화에 원브랜드숍 한계
직영점부터 전환·가맹점은 자율
화장품 브랜드명 `미샤`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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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MISSHA)'가 매장 명칭을 '눈크(NUNC)'로 변경하고 멀티브랜드숍으로 변신한다. 13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미샤를 대표 브랜드로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서울 이화여대·홍익대의 기존 미샤 매장을 NUNC 매장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중에 미샤 직영점을 중심으로 NUNC 매장 전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미샤는 미샤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원브랜드숍'이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NUNC 브랜드숍이 안착되면 미샤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판매하는 멀티브랜드숍으로 자리매김한다.

NUNC는 라틴어로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한다. 에이블씨엔씨는 직영점 위주로 NUNC 전환을 마친 뒤 가맹점에 대해서는 전환을 설득하되 선택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기존 미샤 브랜드 제품은 미샤 명칭을 유지한다. 미샤가 이번에 새로 추진하는 매장 형태는 기존의 '원 브랜드 숍' 형태를 벗어난 '멀티 브랜드 숍' 형태로, 업계에서는 변화하는 뷰티 시장에 맞춰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결단은 2017년 4월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주도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와 '어퓨'를 대표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IMM PE는 미샤 인수 이후 매장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진행했다. 서울 명동에 '미샤 메가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에이블씨엔씨 인수 이후 미팩토리, 제아H&B, 지엠홀딩스 등의 추가 인수를 통해 미샤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는 직영점·가맹점 등 오프라인과 수출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 2017년 112억원 규모였던 에이블씨엔씨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 18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역시 2017년 3732억원에서 지난해 345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미샤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고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멀티브랜드숍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MM PE에서 가맹점주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며 "원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해당 브랜드 제품을 다른 매장에서도 팔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 반발이 심하지만 원브랜드숍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가맹점주들도 알기 때문에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샤는 에이블씨엔씨가 2000년 론칭한 국내 첫 브랜드 로드숍이다. 이는 한 가게에서 한 브랜드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화장품 유통 형태를 말한다. 미샤 이전에는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는 화장품 소매점이나 백화점 매장, 방문판매 등이 주요 화장품 유통 경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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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씨엔씨는 2000년 에이블커뮤니케이션(2003년 에이블씨엔씨로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창립 직후 온라인을 통해 미샤를 론칭하고 뷰티 포털인 '뷰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샤는 2002년 이화여대 인근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후 가성비 높은 매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탄생하면서 브랜드 로드숍 전성기 시대를 열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인기에 힘입어 2004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2005년 2월 코스닥에 상장(2011년 9월 코스피 이전 상장)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 로드숍 시장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내수 경기 침체 역시 한몫했다. 또 올리브영 등으로 대표되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와 경쟁에서도 고전했다. 국내외 다양한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구매할 수 있는 H&B스토어로 소비자가 몰리는 가운데, 원브랜드 로드숍은 경쟁력이 약해졌다. 이 시기 중국 매장 철수 역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서영필 미샤 회장은 2017년 미샤를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에 매각했다.

새 주인을 맞은 에이블씨엔씨는 본격적인 변화의 행보에 나섰다.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등 리뉴얼을 단행했고, 지난해에는 미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교체하고 서울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갤러리M'을 오픈하는 등 미샤 부활을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704개 매장을 보유한 미샤는 올해 75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매장은 대부분 직영점이다.

[이윤재 기자 / 정석환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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