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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times] 스타트업이 쳐들어온다?…스타트업처럼 싸워라

윤선영 기자
입력 : 
2019-05-10 04:04:01
수정 : 
2019-05-11 19: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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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토드 휴린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 TCG 어드바이저 대표

성장 멈춘 골리앗 기업들, 신생기업 도전 물리치는 법

`다윗처럼 싸워라` 핵심전략은
무엇을 이루었나보다는
미래 무엇을 이룰까에 집중
사진설명
갑옷과 창으로 완전 무장한 거인과 돌멩이 5개와 지팡이를 지닌 소년. 이 두 사람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대부분 사람들은 거인이 쉽게 소년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 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성경에서는 소년이 승리했다고 전한다. 이스라엘 군대가 두려워하던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돌멩이로 이마를 정통으로 맞혀 무너뜨렸다고 기록돼 있다.

어리고 나약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큰 상대를 이기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현대 경영세계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형 영화 대여 전문점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라는 스타트업이 부상하면서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기존 기업들은 신생 기업, 특히 새로운 디지털 기업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기존 기업(골리앗)은 무엇으로 신생 기업(다윗)에 잠식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은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사인 TCG 어드바이저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인 토드 휴린과 리더십 컨설팅사 헨드릭&스트러글스의 파트너 스콧 스나이더의 공동 저서 '골리앗의 복수: 기존 기업이 디지털 기업들에 반격할 수 있는 방법(Goliath's Revenge: How Established Companies Turn the Tables on Digital Disruptors)'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기존 기업이 신생 기업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토드 휴린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일단 휴린 대표는 "기존 기업이 디지털화에 느리게 반응하는 동안 신생 디지털 기업이 고객, 매출, 이익을 대부분 선점할 것"이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기존 기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신생 기업의 6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다음은 휴린 대표와 일문일답한 주요 내용.

―'골리앗의 복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내 커리어는 기존 기업이 혁신을 이끌고 이익을 내는 성장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서도 그랬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TCG 어드바이저에서도 관련 업무를 도맡아왔다. TCG 어드바이저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9가지 산업에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도 있게 조사했다. 그리고 해당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골리앗의 복수'가 탄생됐다.

TCG 리서치 프로젝트의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존 기업들은 자사가 속해 있는 산업의 디지털화에 반응하는 데 생각한 것보다 많은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기존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동안) 신생 디지털 기업들이 고객, 매출, 이익을 대부분 가져갈 것이다. 둘째, 기존 기업들은 자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신생 기업들의 디지털 변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타트업 전략을 따라야만 하는가.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존 기업이 '유니콘' 신생 기업의 모든 전략을 따를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기존 기업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가령 공유경제 사업을 만든 우버가 (일부 국가의) 정책을 무시하고 현지에 진출한 방법처럼 기존 기업이 사업할 수는 없다. 혹은 몇 년 동안 아마존이 '가까운 미래에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주주들에게 말한 것처럼 기존 기업이 행동할 수는 없다.

우리가 리서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 '기존 기업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 있다. 특정한 기업만이 갖고 있는 최종 고객 가치를 위한 '자산'이나 '능력'이다. 타 기업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산은 신생 기업보다는 기존 기업이 더 많이 갖고 있다. 저자는 기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곱 가지 자산으로 △자체 조달 가능한 혁신(self-funding innovation) △브랜드 도달 범위(brand reach) △기존 고객관계(existing customer relationships)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사 서비스(installed base) △데이터 세트(data sets) △상호저촉특허(blocking patents) △업계 표준에 대한 영향력(standards influence)을 꼽았다.

―'골리앗' 기업이 '다윗'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현재보다 10배 더 좋은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이런 거대한 고객 경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은 마케팅팀을 통해서다.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등으로 마케팅 리서치를 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점진적 혁신에만 통한다. 파괴적 혁신을 위해 사용된다면 이런 아이디어 구상 방식은 처절하게 실패한다. 예를 들어 2006년 스티브 잡스가 노키아와 모토롤라 고객들에게 '스마트폰을 원하는가'라고 물어봤다고 하자. 대부분 고객들은 '그런 비싼 제품이 왜 필요하겠는가'라고 되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왜 고객이 신경 쓰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저서에서 우리는 ('도요타 생산 방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노 다이이치가 말한 '다섯 번 왜라고 묻기(Five Whys)'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가 있다고 하자. 해당 기업이 고객 경험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우리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로 '다섯 번 왜라고 묻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인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를 만든다'가 나오면, 두 번째 질문은 '사람들은 왜 자동차를 타고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가'다. 그 이유는 바로 '대중교통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어서 나오는 질문인 '왜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피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답은 '한 주를 시작하면서 혹은 한 주를 끝내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달아 다섯 가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이 나오면 결국 해당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안에서 쇼핑할 수 있는 기능, 내부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섯 번 왜라고 묻기'를 거쳐 이제 자동차는 교통수단보다는 바쁘고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그리고 이런 새로운 정의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존 기업이 따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두 번째 전략으로 혁신을 꼽았다. 일명 '큰 혁신(혁신을 불러오기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통 큰 투자)'과 '작은 혁신(혁신을 위한 사내 문화 조성)'이다. 위계질서가 여전히 강한 한국 기업에서 혁신을 위한 사내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마스터카드, 화이자 등 사내 문화를 리서치하며 내린 결론이 있다. 바로 혁신을 위한 사내 문화 프로그램은 반드시 CEO가 지지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들은 혁신이 곧 본인의 '정치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런 중간관리자 중 일부는 퇴직을 앞두고 있어 디지털 혁신이 (자기 임기 중이 아닌) 다음 관리자의 '문제'가 되길 바란다.

이런 사내 분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CEO는 중간관리자들에 대한 보너스 지급과 성과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전에는 '개인이 무엇을 이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미래 성공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한 기업의 분기 매출과 이익은 대부분 3~5년 전에 나왔던 제품들에 의한 성과다.

하지만 이보다 더 최신 제품인 2년 전께 나온 제품과 서비스 비중을 봐야 한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관리자들이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생 기업이 데이터를 화폐처럼 사용하는 방법을 기존 기업이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저서에서 당신은 기업들이 '데이터 재무제표(data balance sheet)'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기업들이 돈을 쓰고 나서 장부(재무제표)에 기록하듯이 데이터도 기록으로 남기라는 뜻이다. GE가 데이터 재무제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이 기업은 장기적 서비스 계약들이 매우 높은 가치의 데이터 자산을 의미한다는 점을 깨닫고 잘 정리해 놨다. GE는 이렇게 보유한 데이터 자산을 토대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이용해 자사가 속한 산업 전체의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로 가치를 선사할 수 있다.

―네 번째 전략은 혁신 네트워크(외부 사람 혹은 기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네트워크)를 통해 비즈니스를 촉진한다는 것인데.

▷그렇다. 대부분 기존 기업에 혁신 네트워크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아'라는 편견을 버리는 과정이다. 혁신 네트워크를 잘 형성하는 기업 사례로는 시스코가 있다. 마이크 볼피가 시스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었을 때부터 시스코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투자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중 떠오르는 회사를 인수해 해당 신생 기업을 새로운 사업 성장의 토대로 삼았다(1994년 시스코에 합류한 볼피는 1996년 CSO로 승진했다. 그가 시스코 CSO로 재직하는 동안 볼피의 팀은 70개 넘는 회사를 인수했다. 볼피는 현재 벤처투자기관 인덱스벤처스에서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으로 배울 전략은 기술보다는 인재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저서에서 당신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빠른 혁신을 위해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 인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존 기업들은 어떤 의미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술보다 직원을 가치있게 여긴다는 생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받은 만큼 일한다. 앞서 성과평가 기준을 '무엇을 이뤘는가'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과평가 기준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상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 성과평가 기준은 바꿨는데 보상제도는 변함없다면, 직원들은 결국 말로만 '미래 성공을 위해 이런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고 실제로는 연말 보너스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내가 기업용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심벌테크놀로지에서 '글로벌 제품 그룹' 부문 리더로 일할 때다. 여기서 한 팀이 레이더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라는 파괴적 혁신 제품을 개발했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강점인 바코드 인식을 위해 레이저빔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기술을 '인식(read)'을 넘어 '쓰는(write)' 것에 적용한 것이다.

이런 혁신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해당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해당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에게 장기적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일명 '풍선 지불' 방식으로 말이다. (대출금 상환을 최소한만 하다가 만기 시점에 나머지 금액을 일괄 상환하는 벌룬페이먼트와 같이) 인센티브 금액이 점차적으로 3배까지 늘어나는 제도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존 기업이 적용할 수 있는 신생 기업의 전략은 목적에 있다고 했다. 기존 기업은 목적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목적을 다시 세우는 것은 '세상이 우리 기업이 어떤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가?' '이 세상에서 우리 기업만이 갖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기업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할 점은 무엇인가?' 등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요구한다(저자가 저서에서 소개한 목적을 재구성한 기업으로는 애플이 있다. 1984년 선보인 애플의 매킨토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매킨토시로 인해 PC 컴퓨터 부문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이후 미디어 플레이어 프로그램 아이튠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앨범을 통째로 구매하지 않고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골라 구입할 수 있는 혁신을 일으키며 애플의 목적은 '인간을 진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세상에 기여하는 것'에서 '더 나은 개인 삶을 만드는 것'으로 변했다. 2007년 회사명을 'A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바꾼 것이 애플의 목적 변화를 잘 나타낸다).

―신생 기업의 전략을 기존 기업이 적용하기 힘든 산업이 있는가.

▷규제가 심한 일부 산업들이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연관된 산업들이다. 방위, 국가안보와 관련된 산업에서는 '다윗의 전략'이 통하긴 어렵다.

―한국 기업 중 '다윗의 전략'에 따라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복수를 하는 골리앗' 포지션에 적합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앞서 말한 '큰 혁신'과 '작은 혁신'에 투자할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또한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줄여 혁신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다. 2014년 미국 사물인터넷(IoT) 홈플랫폼 전문기업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토드 휴린 대표는… 디지털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 분야 전문가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 기업용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심벌 테크놀로지 등을 거쳐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사 TCG 어드바이저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는 TCG 어드바이저 대표로 재직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세일즈포스 등이 고객사다. 2011년 'Consumption Economics: The New Rules of Tech', 2013년 'B4B: How Technology and Big Data Are Reinventing the Customer-Supplier Relationship'에 이어 올해 세 번째 공동 집필한 'Goliath's Revenge: How Established Companies Turn the Tables on Digital Disruptors'를 발간했다.

[윤선영 연구원 sunjen153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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