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가 여행 및 관광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2000억원 규모 사모펀드(PEF)를 조성한다. 600억원은 하나투어가 대고, 나머지 1400억원은 외부 투자자를 구해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다. 여행 전문 PEF가 대규모로 조성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여행업 등에 투자하기 위해 캑터스PE, 미래에셋벤처투자, KDB PE 3곳을 공동 업무집행사원(co-GP)으로 선정하고 펀드에 돈을 댈 유한책임사원(LP)을 모집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조성하는 PEF는 일단 LP를 구한 다음 투자대상을 찾는 블라인드 펀드다. 하나투어는 이미 면세점과 호텔업, 요식업 등에 진출했으며 뮤지컬 제작에도 돈을 대는 등 연관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투어의 사모펀드 구성 방식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운용했던 코파(COPA) 펀드와 유사하다. 코파펀드는 코퍼레이트 파트너십의 약자로, 국민연금이 기업의 해외 투자에 1대1 매칭 방식으로 돈을 댔다.

하나투어 사모펀드의 LP 모집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곳은 3곳의 공동 GP 가운데 캑터스PE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력으로 꼽혔던 정한설 대표가 지난해 8월 독립해 새로 차린 회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국민연금에서 5000억원 지원을 약속받고 CJ그룹과 함께 코파펀드를 결성해 운용한 경험이 있다. CJ대한통운의 중국 냉동 물류회사 인수 등을 통해 지난해 투자기한 종료시점까지 목표액 5000억원 중 64%를 사용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이번에 하나투어와 코파펀드 스타일의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이런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국민연금 같은 큰 LP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LP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하나투어는 자기 자금(600억원)이 들어가는 것보다 규모가 큰 투자를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투자 후 손실을 볼 경우 하나투어가 먼저 손실을 보게 된다. 얼핏 보면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별도 사모펀드를 통해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하나투어는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액보다 많이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