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3대 연구원으로 불리는 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보험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세미나가 정부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흘렀다는 보도다(한경 4월 23일자 A4면). 이들 연구원은 각각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등 회원사들의 출연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회원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터에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는 대목이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생산적·포용적·혁신적 금융정책’ 전반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준 금융연구원만 해도 그렇다. 마지막에 금융산업의 낮은 경쟁력을 향후 개선 과제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마저 금융사들이 내수에 치중해 글로벌 금융사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현상적 설명을 내놓는 데 그쳤다. 금융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키우기는커녕 수수료·대출금리 인하 등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이나 복지 정책의 도구로 이용하는 ‘관치금융’의 현실엔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정책을 높이 평가한 자본시장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에 주인을 찾아줘 금융이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로 가고, 정부 모태펀드에 의지하지 않고 민간 벤처캐피털의 자생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게 선진국 모험자본 시장이다. 정부 주도로는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건 자본시장연구원이 더 잘 알 것이다. 정권마다 강조해온 기술금융이 겉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일절 없었다.

보험연구원 역시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소소한 일까지 간섭하는 명분으로 삼는 금융사 지배구조 및 소비자보호 정책에 대해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긍정적인 평가만 내렸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평가에 업계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을 정도다.

금융분야 민간 연구기관들이 공동 세미나 형식을 빌려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코드 맞추기’를 한 것이란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쩌다 국책 연구기관에 이어 민간 연구기관까지 ‘짠맛 잃은 소금’이 돼 버린 것인가. 엄연한 민간 연구기관인데도 인사와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용역 등에서까지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란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관치 금융, 관치 연구를 바로잡지 않는 한 금융산업 발전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