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육성…양보다 질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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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스타트업 창업·육성…양보다 질이어야 스타트업에게 돈 나눠주기보다 육성시스템 재정비 시급

기사입력2019-04-23 19:3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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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기준 국내스타트업 7개사가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하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유니콘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국내 유니콘기업의 공통점은 국가정책에 따라 키워진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점과, IPO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개최한 ‘대한민국 혁신성장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정부 R&D 20조원 시대라지만, 이들 유니콘기업 중 정부혜택을 받은 기업은 없다”며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유니콘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127)에 이어 미국(93), 인도(23), 영국(8), 한국(7) 순이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스웨덴(4), 홍콩(3), 프랑스(2), 싱가포르·스위스(2) 그리고 기타 12개국이 각각 1개씩의 유니콘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유니콘기업의 IPO현황을 보면 미국(49), 중국(12), 영국(2) 순이고 스위스·호주·캐나다·독일·이스라엘 ·UAE 각각 1개의 기업이 상장을 마쳤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해 초기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창업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사업이 꽤 많은 편이다. 김 상무에 따르면 해외에선 유망한 스타트업이라도 100번 피칭에 한번 투자를 받지만, 국내 스타트업은 비교적 손쉽게 정부투자를 받을 수 있다. 초기 투자금 확보가 용이해, 쉽게 창업하는 반면 스타트업간 시장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자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인이 부족하다.

김 상무는 정부의 대증요법적인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떤 질환의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그 질환의 원인이 아닌 증세에 대해서만 치료하는 식이다. 스타트업을 늘려야한다는 정부의 강박관념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정비하고 키우기보다는 창업기업 숫자만 채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많은 창업기업 지원사업이 스타트업에게 돈 나눠주는 공공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반려동물산업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추진한 한 광역단체 사업담당자는 기자와 대화 도중 “지원분야를 반려동물로 한정하다보니 기준에 미달한 기업도 어쩔 수 없이 선정해야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23개 지원기업 중 10여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사업이었다. 청년창업지원, 농업스타트업 등과 같은 꼬리표가 붙어, 선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국민세금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VC도 결국 정부정책의 결과다. 대부분의 VC들이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공공펀드’ 방식으로 운용,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국내법인에 투자금이 몰린다.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경험이 부족해, 우리 스타트업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우는 역량 또한 키워나갈 수 없다.

유니콘기업도 키워내고, 혁신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자금 지원에 앞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공공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 자금지원 방식 또한 진입–회수–생존–재진입 등 투자의 선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일에 집중해야한다. 투자를 통한 이익의 환수가 가능하리란 확신이 있을 때 투자는 활성화될 수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자유로운 실험을 통해 혁신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빠르게 혁파하는 작업도 선행돼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