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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춘추] 벤처나라

입력 : 
2019-04-23 00:05:01
수정 : 
2019-04-23 1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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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나라, 창업·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라는 슬로건을 적은 명함을 새로 만들어서 들고 다닌다. 명함을 받아든 이들의 첫 반응은 '벤처나라가 뭐지? 조달청에서 웬 벤처나라?'라며 일단 '벤처나라(창업·벤처기업 전용 온라인 조달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달청이 올해로 70년째를 맞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조달청 업무를 공공기관에 물자를 구매해주고 공사계약을 해주는 정도로 이해한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 등 경제·사회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조달행정도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는다. 미국, 캐나다는 조달행정의 목표를 '실험실에서 시장으로(From the laboratory to the marketplace)'로 바꾼 지 오래됐다. 우리도 실험실이나 창업·벤처기업이 개발한 신제품이 공공시장에서 활발히 구매되도록 조달청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필자는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등 지역별로 창업·벤처기업인들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서 '조달시장 진입 문턱이 너무 높다, 신기술 제품이라서 조달시장 진입이 오래 걸린다, 공공기관이 신제품을 구매해주지 않는다'는 다양하고 절실한 애로를 듣고 느낀 바가 많았다.

벤처나라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의 화답인 셈이다. 2016년 10월에 개통해 역사는 일천하지만 초기 창업·벤처기업이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 같은 관문이다.

얼마 전 LED 조명을 바닥에 발사해 홍보문구를 띄우는 제품을 생산하는 벤처기업을 방문했다. 대표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었다. 드디어 해냈다는 신제품 개발의 기쁨도 잠시, 진짜 어려움은 판로 개척이었다. 밤잠을 설치며 고심하다 우연히 검색포털에서 벤처나라를 알게 됐다. 벤처나라에 제품을 올리고 2016년 창업 첫해부터 매출이 발생해 2년만에 7배인 1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런 성공사례가 확산되면 벤처나라의 '작지만 큰 변화'는 창업·벤처기업에 '기회와 희망'을 줄 것이다. 벤처나라를 통해 혁신성장의 꽃을 피워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정무경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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