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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여성 창업자 육성, 투자 영역부터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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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흥미로운 자료를 접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의 민관 단체들이 발간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백서'다. 다양한 통계 자료 중 스타트업, 그러니까 혁신 벤처 생태계에서 여성의 위치와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수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가장 도드라진 건 전체 조사대상 창업자 중 여성 비율이 9%에 불과한 점이었다. 보고서는 이를 실리콘밸리 여성 창업자 비율 24%와 비교했다.


이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상황이다. 몇몇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다. 특히 창업의 경우 전체적 생태계 환경이 여성에게 훨씬 큰 부담과 위험을 요구한다.

우선 자금 조달 이슈부터 먼저 살펴보자. 지난해 국내 임팩트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가 발간한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 중 6.5%만이 여성 창업 기업이다. 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4.1%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투자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여성의 수가 현저히 적은 점이 종종 지적된다.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에서 활동하는 투자 심사역 중 여성의 비중은 7~8%로 추정된다. 우선 99%의 벤처캐피털 대표가 남성이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벤처 투자의 주류는 중소 제조기업이었다. 금융업 자체에서 여성 비율이 높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여성 창업자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 구체적이고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여성 창업자들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남성 심사역들의 관심과 이해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여성 파트너가 있는 벤처캐피털은 여성 창업자에 투자하는 비율이 평균 30%로, 그렇지 않은 곳들보다 세 배 정도 높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문제와 시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 개발 및 우수 인력 확보 문제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인력은 남성이 다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산업기술 인력 중 남성은 141만여명인 데 반해 여성은 22만여명에 그쳤다. 여성 연령이 높아질수록 해당 연령대에서 그 비중이 하락하는 L커브 현상이 발생했다. 그만큼 경력 단절 이후 복귀하는 여성의 숫자가 적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기술 영역은 오랜 세월 '남자의 일'로 여겨진 터라 문화 또한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상황이 이런 만큼 스스로 기술 전문가인, 혹은 우수 기술 인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여성 인재의 육성, 여성 창업자의 활약은 국가 경제 성장에 매우 긴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투자 영역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투자 시 성별에 대한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업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시작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젠더 편견으로 인해 좋은 투자 기회를 상실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젠더 렌즈'라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 심사역 비중을 높이고 투자 심사에 젠더 관점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기술 영역에 더욱 많은 여성이 뛰어들고, 이들이 결혼 및 출산 뒤에도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책적 측면뿐 아니라 각 기업의 조직 문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젠더 이슈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여성 및 가족에 친화적 직장이라면 남성에게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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