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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금융혁신안 제시 '금융홀대론' 불식…은행 건전성엔 '글쎄'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3.25 10:33:15
  • 최종수정 : 2019.03.25 12:11:43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주재했다.

“에디슨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 그 자체였다. 백열전구 기술 특허를 담보로, 대출과 투자를 받아 GE의 모태가 된 전기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금융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금융이 혁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이끌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한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은행 여신 시스템 전면 혁신,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 선제적 산업혁신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 등 세 가지를 골자로 하는 새 금융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공을 들인 정책은 ‘일괄담보제도’다. 채권,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치가 높아지는 자산에 대해 일괄적으로 담보를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자본시장 혁신 방안으로 거래소 상장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발표도 자본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오 산업 등 혁신 업종에 수익성과 원천기술, 미래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장 기준을 마련해 코스닥 상장 문을 획기적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신속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신속이전 상장제도’ 대상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성장지원펀드’ 운영 방식 개편, 사모펀드의 투자 자율성 강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혁신·벤처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민간 모험자본의 공급 확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선제적 산업혁신 지원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최대한 늘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3년간 주력 산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2조5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현재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 혁신펀드’도 5조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금융 부실 면책…은행 적자 나면 누가 책임?

이번 선포식은 문재인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지주 회장, 주요 은행장 등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문재인정부는 일명 ‘금융 홀대론’에 시달렸는데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 실행 의지 천명 등 이번 기회로 이런 세간의 인식을 불식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다만 대통령 의지와 별개로 세부 사안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해야 할 은행금융과 모험자본을 맡는 투자금융을 구분해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자산건전성을 지켜야 할 은행도 혁신금융에 힘을 보태라고 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업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해 기술력만 있으면 신용등급까지 개선될 수 있는 통합여신모형을 마련해 내년부터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도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사 임원은 “전 정부 때 기술금융을 장려했지만 통합심사 모델의 부족, 부실이 났을 때 은행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 등이 공존했다. 면책 조항 등 보완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적자가 나면 경영 책임은 CEO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각 금융사별 특징에 좀 더 맞는 정책이 제시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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