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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바이오, AI 접목해 질병 진단·치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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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MK바이오골드클럽 멘토링&IR포럼`

와이브레인 전두엽자극 기술
수술·약물 부작용없이 효과↑
미세전류 자극해 우울증 고쳐

카이노스메드, 서울아산 등과
파킨슨병·에이즈치료제 개발

메디웨일 플랫폼 `닥터눈` 개발
눈·심장질환 예측정확도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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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올해 첫 'MK바이오골드클럽 멘토링&IR포럼'에서 멘토와 발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바이오산업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통한 치료제 개발을 넘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원격전송 등 기술 진보를 통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MK바이오골드클럽 멘토링&IR포럼'에서도 바이오산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포럼에 참석한 와이브레인과 메디웨일은 각각 뇌질환 솔루션, AI를 통한 질병 예측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카이노스메드는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업체다.

이날 첫 발표에 나선 와이브레인은 우울증 등 각종 신경정신질환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신약과는 다른 접근인 미세전류로 특정 뇌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2017년 개발한 우울증 치료기기 '마인드(MINDD)'는 이마에 기기를 두르면 미세전류가 전두엽을 자극해 뇌 기능을 최적 상태로 조정한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효과가 훨씬 높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뇌를 주기적으로 자극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환자들은 사용이 간편한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병원을 통해 집에서 사용할 수 있고, 기기 사용 이력과 증상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 비해 전신성 부작용이 작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울증 치료기기는 국내 60여 개 병원에 도입돼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신의료기술과 원격의료 등에 대한 다양한 규제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고, 경도 치매 등 6가지 신규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이 추진되는 등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넥스 상장사인 카이노스메드는 파킨슨병과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임상 1상을 마쳤고, 미국 최대 파킨슨 임상 연구소인 'PICC'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임상 2상을 위해 PICC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식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최근 다계통 위축증(MSA) 적응증 확대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다계통 위축증은 신체 움직임이 느려지고 뻣뻣해지는 파킨슨병 증상에 더해 배뇨 장애, 기립성 저혈압의 자율신경계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다계통 위축증 환자는 국내에 약 2000명,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에이즈 치료제는 작년 말 중국에 기술을 이전한 뒤 현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메디웨일은 안저영상을 통해 안질환과 심장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플랫폼 '닥터눈'을 개발했다. AI 기반으로 작동하는 닥터눈은 간편하게 눈 영상을 찍으면 당뇨망막증을 95%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 2016년 구글이 개발한 기술보다 정확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미 IDX 기술보다 정확도가 높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눈 영상을 찍기만 하면 되는 만큼 환자 안전성이 높다"며 "현재 눈과 전신질환 간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석학으로 불리는 티엔웡 싱가포르대 교수와 함께 안저영상으로 심장질환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닥터눈으로 1차 진단을 하고, 이상 소견이 보이면 전문의를 찾는 시스템이 완성되면 많은 사람이 시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메디웨일은 싱가포르대뿐 아니라 인도 최고 안과병원으로 꼽히는 산카라병원, 베트남 까오탕안과병원,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병원과도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곧 임상을 진행해 올해 말 시장에 출시하고 건강검진센터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바이오골드클럽 멘토들과 3개 기업 발표자들은 회사 사업 방향과 장단점 등에 대해 상세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미 임상을 진행 중인 카이노스메드는 신약이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임상 2·3상 전략 등에 대해, 메디웨일과 와이브레인은 신의료기술로 분류되는 만큼 국내 규제와 비급여 문제 등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는 "와이브레인과 메디웨일은 국내에 주력할 때 기술 향상이 가능할 수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비슷한 업체와 경쟁한다면 뒤처질 수 있다"며 "해외 사업이 중요한 만큼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의료시장의 재정적 이유로 인해 신기술 사업화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야에 조금 더 포용적인 미국으로 나가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국내 병원과 시범 서비스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면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메디웨일의 AI와 와이브레인의 미세전류 자극 모두 기존 의료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로 꼽히는 만큼 의사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의료정보학교실 교수는 "두 기업이 학문적인 기반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사가 이 기기를 병원에서 직접 쓰게 할 만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고려대 의대 교수는 "특히 메디웨일은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데이터를 확보한 뒤 AI를 이용하면 시장에서 경쟁이 될 텐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수 한양대 의대 학장은 와이브레인 기술을 언급하며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어 향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술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 대표는 "첨단 영역, 새로운 영역의 기술을 연구할수록 미국처럼 큰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게 맞는다"면서 "다만 최종적인 목표가 글로벌 시장이라도 한국에서 한 사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원호섭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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