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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팁스' 우승 CEO 3인 특별좌담] "VC, 원금회수 급급…스타트업 여전히 데스밸리 내몰려"

인력·자금난·규제장벽 3중고에

대학·정부 출연연 창업 백안시

성공사례 많이 만들면 생태계 정착

정부에만 의존 인식변화도 필요

정부가 주최한 ‘비욘드 팁스(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 우승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인력난, 자금·마케팅난, 규제장벽이라는 3중고를 호소했다. 또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창업을 백안시하는 문화와 벤처캐피털(VC)의 원금 지키기 투자 풍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도 비현실적으로 세세한 것까지 요구해 여전히 관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혁신가는 불합리한 문화를 고치며 직원과 함께 돈을 번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벤처기업가 정신도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서울 강남 한국기술센터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연 특별좌담회에서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배준범 필더세임 대표, 성기광 닷 공동대표는 “여전히 데스밸리를 건너는 중”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팁스사를 대상으로 지난 2017년부터 개최해온 ‘비욘드 팁스’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변대규 휴맥스 회장(네이버 이사회 의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등 공학한림원 회원과 VC의 심사를 거쳐 우승했다. 팁스사는 VC나 액셀러레이터가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로부터 최대 9억원을 지원받는데 현재 679곳이 있다.

사회·정리: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본지가 주최한 ‘혁신성장을 위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특별좌담회에서 ‘비욘드 팁스’에서 우승한 배준범(왼쪽부터) 필더세임 대표,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성기광 닷 공동대표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성형주기자




-우선 소개를 부탁한다.

△배준범 대표=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교수로서 실험실에서 소프트센서 기술을 연구하다 2017년 웨어러블 시스템에 가상현실(VR), 재활 등을 적용하기 위해 창업했다. VR게임, 가상공간 시뮬레이터, 재활 업체 등과 협력하고 있다.

△성기광 공동대표=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판매하고 아마존이나 예스24에서 책도 읽을 수 있게 점자 e북리더도 4월에 시작한다. 2차원 촉각 이미지를 느끼게 멀티레이어 점자 디바이스도 만들 계획이다. 2015년 창업해 지난해 6월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김재진 대표=당뇨환자 몸에 붙이면 4일 정도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할 수 있는 인슐린 펌프를 생산한다. 소아당뇨·중증이형당뇨 환자 등에게 유용하다. 2011년 창업한 뒤 미국에서 특허 라이선스를 들여와 기술을 연구한 뒤 3년 전부터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인증절차를 밟아 내수판매는 하반기, 수출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다. 해외에 역점을 두고 인슐린 펌프와 혈당센서를 결합한 인공췌장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배준범 필더세임 대표


-데스밸리는 벗어났나.

△성 대표=하드웨어 기술개발과 양산에 자금도 많이 들었고 신뢰를 얻고 마케팅·영업망 뚫기까지 4년 정도 걸렸다. 총 100억원가량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데스밸리다.(웃음)

△김 대표=고급 엔지니어가 스타트업에 잘 안 들어온다. 소프트웨어·서버·빅데이터·인공지능 분야와 발맞춰 나가는데 벤처 저변이 넓거나 인프라가 튼튼하지 못하다.

△배 대표=실험실 출신을 비롯해 10여명이 있는데 급성장해도 홍보·마케팅 전문가나 콘텐츠 프로그래머 등이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 비수도권이라 더 힘들다.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많이 주면 되지 않나.(웃음)

△김 대표=2000년 전후 벤처붐 당시 스톡옵션이 많았는데 재벌 2·3세의 변칙 재산승계 등 오·남용되며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오너가 직원과 지분을 좀 나누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 창업할 때 제 주식을 준 것과 옵션까지 20% 가까이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배 대표=스톡옵션은 받고 2년 정도 뒤에 행사하는데 비전이 보여야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기업가정신 고취와 벤처 붐 조성이 중요하다.

△배 대표=학교에서 좋은 기술을 개발해 돈을 버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도 나왔지만 의대로만 우수 인재가 몰리는데 이공계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벤처정신을 키워야 한다. 학교 창업도 분위기가 중요한데 다행히 유니스트는 창업을 독려하지만 교수가 수업하고, 연구하고 대표까지 하는 게 만만치 않다. 벤처하면 학과에 소홀해진다고 많은 대학에서 창업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



△김 대표=미국에 오래 살며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도 다녔는데 미국은 60세가 넘어도 벤처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다. 우리는 젊은층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꿈인 경우가 많다.

△성 대표=저희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시각장애인은 취직을 해야 점자기기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청각장애인처럼 장애인등록만 해도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김 대표=스톡옵션이 잘돼 20대 직원도 큰돈을 버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물론 실패 기업이 훨씬 많지만 성공하면 부가 많이 퍼진다.

△배 대표=정부가 회수할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스타트업 초기에 팁스처럼 과감히 지원해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성 대표=지향점이 돈보다는 비전에 치중하는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한다. 정부에만 의존하려는 인식도 좀 바꿔야 한다.

-투자유치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외국과 비교하면.

△배 대표=실리콘밸리는 VC가 심사는 엄청 까다롭게 하지만 많이 투자하고 실질적 도움을 준다. 그런데 우리 VC는 ‘고위험 고수익’이 아닌 원금을 잃지 않는 데 집착한다.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서 돈을 받아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성 대표=유니콘(10억달러 이상 기업가치)이 많이 나오려면 VC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김 대표=미국 소아당뇨연구재단(JDRF)에서 2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초기부터 유럽이나 미국에서 당뇨학회가 열릴 때 전시회에 3년여 참가했더니 JDRF가 ‘이런 지원책이 있는데 해보라’고 하더라. 물론 팁스는 정부가 관여하는 게 굉장히 많지만 미국에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고 벤처생태계에 도움이 된다.

성기광 닷 공동대표


-다른 스타트업과 경험을 공유한다면.

△성 대표=초기 제품 판매 시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자와 시장을 넓혀야 추가 투자도 받을 수 있다. 주위를 보면 열 군데가 창업하면 몇 년 지나 한두 곳만 살아남더라. 다행히 연대보증이 많이 완화돼 사채를 쓰면서까지 스타트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오히려 도전이 쉬워졌다. 실패해도 다른 스타트업 임원으로 들어가 또 준비하면 된다. 정부 과제도 많고 팁스 운용사도 ‘총알은 있는데 쏠 데가 없다’고 하더라. 마음이 맞으면 우버·에어비앤비·구글처럼 동업도 좋다. 친구랑 동업하는데 서로 객관적으로 봐주고 격려해 좋다.

△배 대표=처음에 제품 노출을 많이 시키는 전략을 쓰자 피드백도 많이 생겼다. 20억원의 투자 유치를 했는데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곳들이 있다.

△김 대표=스타트업은 몇 년 지나도 항상 위기단계가 있다. 팁스에 떨어지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좋은 멘토를 많이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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