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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창업보다 스케일업에 집중할 때

손재권 기자
입력 : 
2019-02-13 17:35:11
수정 : 
2019-02-13 19: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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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서 번영으로` 2권 출간 앞둔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1000개 회사 투자 경험살려
벤처 단계별 성장전략 제시

"회사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CEO가 제때 변화 못하면
리더십 붕괴…회사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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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에서는 회사를 시작하는 데(스타트업) 조언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규모 있는 회사로 키우는 데(스케일업)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각 회사는 단계마다 맞는 성장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조망이 안돼 있었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손꼽히는 벤처캐피털(VC)로 인정받고 있는 스톰벤처스의 남태희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과 정부를 겨냥해 던진 조언이다. 남 대표는 스타트업의 단계별 성장 전략을 제시한 '생존에서 번영으로(Survival to Thrival)'의 1편을 지난해 출간한 데 이어 '변화할 것인가 변화될 것인가(Change or Be Changed)'라는 부제가 붙은 2편을 다음달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매년 10개 이상 기업용 서비스(엔터프라이즈)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수가 1000건이 넘는다. 투자 규모는 실리콘밸리 VC 중에서도 중간 규모지만 성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모바일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스타트업에만 투자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한국에서도 컴투스에 조기 투자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이끌어 냈다.

이번 책은 그동안 1000개 회사에 투자하면서 얻은 경영 노하우를 묶어 스타트업에 조언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남 대표는 2편 출간에 앞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임직원들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각각 큰 역할 변화를 요구받는다. 하는 일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이름(직책)을 가지고 있어서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발견했다"며 "역할 변화에 따라 자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알리기 위해 출간을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남 대표는 CEO란 직책은 '최고경영자'로 번역되지만 회사 성장 단계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25명 내외 임직원, 연매출 100만달러 이내 스타트업)에서 CEO는 영화 '캡틴아메리카'의 스티븐 로저스같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혼자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한 단계 성장(25~150명 규모)하면서 CEO는 영화 '어벤져스'의 캡틴아메리카가 돼 각 히어로(최고재무책임자, 최고운영책임자 등)를 모으고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시장을 만나서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면 CEO는 캡틴아메리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X맨'의 자비에 교수(프로페서X)처럼 히어로들을 이끌고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교사들을 고용해 학교를 번창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CEO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될수록 적은 일을 하고 임직원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남 대표의 주장이다. CEO뿐만 아니라 팀 리더, 이사회 멤버들도 회사 성장단계에 따라 역할을 다르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CEO나 이사회, 임직원들이 자신의 변화된 역할을 인지하지 못해서 회사 문화가 망가지고 리더십이 붕괴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이 책을 공동 저술한 밥 팅커도 자신의 바뀐 역할을 인식하지 못해 CEO임에도 회사에서 해고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 대표는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책이 많지만 단계별로 적절한 조언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탈(脫)학습(Unlearning)' 방법론을 재차 강조했다. 탈학습이란 각 회사에서 이뤄낸 성공 방정식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잊고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론이다.

남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A단계에서 B단계로 갈 때 선택했던 방식이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매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성공 공식을 잊는 탈학습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현재 국가나 조직이나 변화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요. 탈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를 추구할 수 없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실패합니다. 회사가 변할수록 CEO나 임직원의 역할도 바뀌죠. 성공하려면 지금까지 배운 것과 성공 방정식을 잊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은 탈학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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