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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드는 창업가 외면받아…인정하는 사회분위기 절실"

신수현,이종화 기자
신수현,이종화 기자
입력 : 
2020-08-03 17:29:25
수정 : 
2020-08-03 23: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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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인수합병 활성화 등
자금조달 시장 중요성 강조
원격진료 등 규제완화 필요
기업가 노력도 인정해줘야
◆ 故이민화 추도 벤처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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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코스닥 활성화, 활발한 인수·합병 지원, 기업가정신 고취."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휴맥스빌리지에서 열린 고(故) 이민화 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1주기 추도식에 모인 벤처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이다. 이들 국내 대표 벤처기업인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 창업열기가 뜨거워졌고 창업하기 위한 환경도 좋아진 것은 맞지만 2차 벤처붐 시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2차 벤처붐을 원한다면 벤처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시장이자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의 직접자금 조달시장인 코스닥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세대 벤처인으로 2대 벤처기업협회장이자 매일경제 명예기자 2기 출신인 장흥순 블루카이트 대표는 "대다수 벤처투자자들은 투자한 회사의 코스닥시장 상장 등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며 "투자금 회수와 벤처기업의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코스닥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장 대표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인수하려는 매수자들이 기업 기술과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제값에 인수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벤처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며 "벤처투자가 활발해져야 기술창업도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원격감시장비 제조업체 여의시스템을 창업한 기업인인 성명기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정부가 2023년부터 주식이나 펀드로 연 5000만원 이상 차익을 남기면 20%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데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일반 개인투자자는 물론 스타트업,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투자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도 "1차 벤처붐 당시 2700을 훌쩍 넘어섰던 코스닥지수가 현재 800선"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회수를 위한 대표적인 출구인 코스닥시장이 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코스닥본부를 독립시키는 게 어렵다면 따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며 "유가증권시장은 실적 중심, 코스닥시장은 성장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꺼번에 관리하다 보니 코스닥 기업도 실적으로 판단을 받고 2부 시장처럼 인식돼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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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국내 원두커피 공급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한국맥널티의 이은정 대표는 "일단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은 처벌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며 "규제 때문에 사업을 아예 시작조차 못하거나 시작해서 혁신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규제 탓에 시장에 출시도 못하는 스타트업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후식 뷰웍스 대표도 "다시 한번 벤처붐을 일으키려면 규제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며 "연대보증 등 금융규제는 완화됐지만 벤처기업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차익에 과세를 하는 등 과잉규제로 인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소아체온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열나요'를 개발한 '모바일닥터' 창업자 신재원 대표는 "어떤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기존 시장 질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거나 소비자 욕구를 확실하게 해소해줄 수 있는 해법 등을 제시해야 하는데 규제가 있으면 기존 질서를 바꾸는 게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난 19년간 경영한 엑스레이 핵심부품 업체 제이피아이헬스케어를 매각한 후 벤처기업 투자회사 '비즈솔루션랩'을 창업한 김진원 대표는 "대표 규제 사례가 원격진료"라며 "만성질환자 등 원격진료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 한해 허용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이라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게 정답인데 기득권층 반대에 막혀 원격진료 산업에 제동이 걸린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2 벤처붐을 일으키려면 기업가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벤처1세대 기업인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1차 벤처붐 때와 비교해 현 벤처생태계는 자금, 멘토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많아져야 경제가 성장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기업가정신을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창업자가 일자리를 만들고 커다란 사회가치를 창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창업 기업인이 성공해도 운동선수 등 다른 직업군에 비해 사회적으로 덜 존중받고 창업가가 창출한 가치 역시 평가절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 "故이민화의 혁신적 도전정신…2세대 벤처 주역 키워"
변대규 대표 "이민화 전 회장, 대기업-벤처 교량 역할했다" "고 이민화 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혁신가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였으며, 교육자가 아닌 선생님이었다. 이 전 회장의 도전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휴맥스빌리지에서 열린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 1주기 추도식의 2부 행사인 기념포럼(매일경제 공동 주최)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이 전 회장의 도전정신은 후배 창업가는 물론 청년에게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혁신기업가로서 이 전 회장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제조업으로 대변되는 1세대 벤처 혁신 주체자였던 이 전 명예회장은 2세대 벤처 주역의 탄생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발표자였던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사회혁신가로서 이 전 회장에 대해 소개했다. 변 대표는 "기업가와 사회혁신가라는 완전히 성격 다른 두 직업을 한 사람이 해낸 셈"이라며 "대한민국 경제의 전반기를 이끈 게 대기업이라면 후반기를 이끄는 건 혁신기업이고, 둘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 인물이 이민화 전 회장"이라고 평가했다. 변 대표는 "이민화 전 회장이 설립한 벤처기업협회는 당시 우리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조직이었다"며 "30대 후반의 젊은 사람들이 뭉쳐 만들었던 벤처협회는 각종 제도를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 우리나라에 벤처 생태계를 만든 정책 싱크탱크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3년 이 전 회장이 만든 창조경제연구회가 사회혁신가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제2의 인생을 바쳤던 창업자, 창업자의 역량, 결과물을 살 의사가 있는 고객인 국회와 정부 등 성공할 수 있는 재단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자본 중심보다 기술 기반의 창업이 중요해진 시대로 기업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발표 이후에는 이 전 회장의 업적 등을 발표하는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김명수 매일경제신문 국차장,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등은 자신들이 느껴온 이 전 회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김 국차장은 벤처기업협회가 설립되기 전 벤처기업협의회 시절부터 맺었던 이 전 회장과의 인연을 언급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김 국차장은 "이민화 전 회장을 비롯한 벤처 1세대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벤처 창업에 대한 비전과 꿈을 심어줬다"며 "앞으로도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언론에 많이 나와서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길 대신 벤처 창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2015년 '매일경제 1기 명예기자'로도 활동했는데, 당시 한국 정부 주도의 창조경제를 질타하고 국가는 시장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심판자로서 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수현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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